『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여행이라는 이름의 회복
여행은 늘 밖으로 나가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곽민지 작가의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를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여행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이 책은 화려한 여행지의 풍경을 자랑하거나 여행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깊은 곳, 우리 내면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여행을 통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흩어진 나를 조금씩 되돌리는 여정. 이 책이 말하는 ‘여행’은 그렇게 섬세하고 조용하며,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여행에게 말을 거는 문장들
책의 제목처럼, 곽민지 작가는 여행에게 끊임없이 말을 겁니다. “이 여행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는 이 도시에서 무엇을 흘리고 무엇을 얻었는가?”와 같은 사유의 질문들.
“사실 여행은 그곳이 아니라, 내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해내는 일이었다.”
그녀는 파리의 거리에서, 오슬로의 한적한 호숫가에서, 이스탄불의 바람 속에서 조용히 자신에게 묻고, 그 답을 책에 써내려갑니다. 독자인 우리는 그 문장들 속에서 나의 상처, 나의 결핍, 그리고 나의 회복 가능성을 함께 마주하게 됩니다.
길 위에서 만난 '다른 나'
책은 총 30여 편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편은 한 도시, 혹은 한 장면을 배경으로 하며, 그 안에는 삶에 대한 질문, 고요한 깨달음, 작고 반짝이는 위로가 담겨 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나는, 서울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나를 잘 이해하게 된다.” 작가는 말합니다. 여행은 물리적인 이동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거리두기이기도 합니다.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억지로 붙잡고 있던 사람, 버리지 못한 감정, 혹은 외면했던 나 자신.
그녀는 여행을 통해 다정하게 나를 돌아보는 법을 배워갑니다. 독자인 우리도 덩달아, 지금의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죠.
“여행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형태의 거울이다.”
한 문장, 한 숨의 무게
곽민지 작가의 글은 길지 않습니다. 문장마다 불필요한 수사가 없습니다. 대신 아주 맑고 단정한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짧지만 깊은 여운.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 “지금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떠나는 일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자리를 잃는 것이다.”
- “여행은 어떤 질문에는 답이 되지 못하고, 어떤 감정에는 묵묵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 “나를 아프게 했던 말들을, 멀리 떠나와야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 문장들은 누군가의 다이어리 같기도 하고, 오랜 친구에게만 털어놓는 고백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진심을 엿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우리 안에 고요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이 책은 누구에게 어울릴까?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는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특히 잘 어울립니다:
- ✔️ 이별, 퇴사, 관계 단절 등으로 마음이 무거운 사람
- ✔️ 여행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
- ✔️ 조용한 문장으로 위로받고 싶은 사람
- ✔️ 낯선 도시와 나, 둘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
맺음말 – 당신은 어디로 떠나고 싶나요?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는 여행지보다 여행자의 마음에 집중하는 책입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보다 더 깊은 감정, 침묵 속에서 마주하는 질문들이 이 책의 중심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떠나게 됩니다. 혹은 잊고 싶어서, 혹은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하지만 결국 여행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괜찮나요?”
“나는 오늘도 너에게 묻는다. 나의 여행이여, 너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니?” – 곽민지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문득 생각나게 됩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여행을 말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