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했던 순간도, 아팠던 순간도 결국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있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자꾸 멈추게 되는 책.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누군가를 정말 많이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이 짧은 제목만으로도 여러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좋았던 순간도 있고, 서운했던 순간도 있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미 내 곁을 떠났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만큼은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사랑이 끝난 사람이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오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랑에 관한 책인 줄만 알았다
처음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펼쳤을 때는 단순한 사랑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연인과 함께하는 행복,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꼭 연애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과 상처, 관계에 대한 고민, 그리고 결국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래서 어떤 문장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고, 어떤 문장은 예전에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또 어떤 문장은 이상하게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처럼 느껴졌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문장 하나를 읽는 순간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돌아오기도 한다.
오래전 일인데도 그때 들었던 말, 그날의 표정, 그날의 공기까지 갑자기 생각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순간이 꽤 많았다.
---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참 단순해진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정말 사소한 것에도 행복해진다.
전화 한 통에 기분이 좋아지고, 짧은 문자 하나에도 괜히 웃게 된다.
별것 아닌 말을 주고받았는데도 하루 종일 생각난다.
반대로 답장이 조금 늦으면 괜히 신경이 쓰인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생각하기도 하고, 상대의 말 한마디를 몇 번씩 되짚어보기도 한다.
평소에는 꽤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이상할 만큼 단순해진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에는 바로 그런 마음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자꾸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맞아. 나도 그랬는데.’
누군가를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들이라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도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어려운 표현으로 사랑을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가 평소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감정을 누군가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다.
---
사랑할 때는 왜 당연한 줄 알았을까
사람은 이상하게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매일 연락하는 것도 당연하고, 만나면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당연하고, 힘들 때 내 편이 되어주는 것도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처음에는 그렇게 고맙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 당연해진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그제야 알게 된다.
그 평범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하나도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같이 걸었던 길.
별 의미 없이 나눴던 대화.
오늘 뭐 먹었냐고 묻던 연락.
집에 잘 들어갔냐는 말.
그때는 너무 흔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관계가 끝난 뒤에는 가장 그리운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너였다’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정말 일상의 많은 부분에 그 사람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같이 먹고 싶고, 좋은 곳을 보면 같이 가고 싶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어진다.
내 하루의 많은 순간에 자연스럽게 한 사람이 자리 잡는다.
그러다 헤어지고 나면 그 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
이별은 사람만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람 하나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습관도 사라진다.
매일 하던 연락이 없어지고, 주말마다 만나던 약속도 없어진다.
함께 가던 장소를 혼자 지나가야 하고, 같이 듣던 노래가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별하고 가장 힘든 것은 어쩌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 놓은 ‘일상’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빈자리가 너무 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은 또 살아간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면 그 사람이 없는 일상에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예전에는 노래 한 곡만 들어도 눈물이 났는데 어느 순간 그냥 끝까지 들을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지나가기 힘들었던 장소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기도 한다.
그때 알게 된다.
아, 내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구나.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알아주는 것 같았다.
빨리 잊으라고 재촉하지도 않고, 무조건 괜찮아질 거라고 쉽게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지금 아프면 조금 아파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사랑하면서 가장 잊기 쉬운 사람은 나 자신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힘들다고 하면 걱정하고, 아프다고 하면 약을 챙겨주기도 한다.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상대가 서운하게 해도 참는다.
내가 조금 더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변했는데도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랑을 하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
계속 눈치를 보고, 계속 불안하고, 계속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
그런 관계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좋은 사랑은 한 사람이 계속 참아서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쪽만 노력해서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까지 이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나이가 들면서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진다
어릴 때는 사랑하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았다.
좋아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많이 사랑하면 오래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생활 방식도 다르다.
아무리 좋아해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사랑만큼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레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처음처럼 매일 두근거리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신 편안함이 생긴다.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옆에 있는 것이 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사람이 된다.
어쩌면 오래된 사랑의 모습은 화려한 이벤트보다 그런 것이 아닐까.
밥 먹었냐고 물어주는 것.
늦으면 걱정해주는 것.
아프면 약을 챙겨주는 것.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평범한 관심이 관계를 오래 이어주는 힘인지도 모른다.
---
좋은 문장은 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에세이의 재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몇 장만 읽어도 괜찮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된다.
그리고 같은 문장도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연애를 시작한 사람이 읽으면 설레는 문장이 될 수 있고, 이별한 사람이 읽으면 눈물이 나는 문장이 될 수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이 읽으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는 것보다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잠들기 전에 몇 페이지씩 읽어도 좋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읽어도 좋다.
문장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오면 잠깐 책을 덮고 내 이야기를 생각해봐도 좋다.
---
지나간 사랑도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다
예전에는 끝난 관계를 실패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결국 헤어졌으니 잘못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끝났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때는 정말 좋아했고, 정말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 관계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기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지, 어떤 관계에서 행복한지, 무엇을 참기 힘들어하는지도 알게 됐다.
그러니까 지나간 사랑도 결국 내 삶의 일부다.
굳이 없었던 일로 만들 필요도 없고, 억지로 미워할 필요도 없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그냥 하나의 기억이 된다.
좋았던 기억은 좋은 대로 남겨두고, 아팠던 기억에서는 내가 배운 것만 가져가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사람을 보는 눈도 생기고,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가는 것 같다.
---
결국 가장 오래 함께해야 하는 사람은 나였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읽고 나서 오히려 가장 많이 생각난 사람은 ‘나’였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나를 잘 돌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받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 떠날까 봐 나답지 않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떠났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당장은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져도 시간은 흐른다.
계절도 바뀌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뒤의 시간도 어쩌면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읽고
이 책은 거창한 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사랑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책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사랑하면서 한 번쯤 느꼈던 마음을 문장으로 가만히 건네준다.
그래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문장은 그냥 지나갔고, 어떤 문장은 한참 바라보게 됐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좋은 에세이는 모든 문장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문장 하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다면 지금 함께하는 순간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이별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내 마음을 대신 알아주는 문장을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오래된 사랑 속에서 설렘보다 익숙함이 커진 사람이라면 옆에 있는 사람을 한번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인생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나간다.
오래 머무는 사람도 있고 잠시 스쳐 가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좋은 기억으로 남고, 어떤 사람은 상처로 남는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만남이 지금의 나를 만든다.
사랑했던 것도 나였고, 아파했던 것도 나였고, 다시 일어나 살아온 것도 나였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제목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게 됐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국 그 모든 순간을 살아낸 사람은 나였다.
누군가와 함께해서 행복했던 날도 소중하고, 혼자 견뎌낸 날도 소중하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도 아름답지만 끝난 뒤 다시 나를 찾아가는 시간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요즘 마음이 조금 허전하다면, 사랑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면, 혹은 오래전 누군가가 문득 생각나는 날이라면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천천히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정답을 찾으려고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마음에 닿는 문장 하나를 만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만큼이나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만큼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나간 사랑 때문에 너무 오래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표현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갈 많은 순간이 남아 있으니까.
언젠가 다시 누군가를 만나 웃게 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제목이 다시 한번 마음에 남는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이지만, 결국에는 지나온 나의 모든 순간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해시태그
#모든순간이너였다 #하태완 #모든순간이너였다리뷰 #도서리뷰 #책리뷰 #에세이추천 #감성에세이 #사랑에세이 #연애에세이 #이별에세이 #힐링도서 #힐링책추천 #책추천 #에세이도서추천 #감성책추천 #독서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북리뷰 #오늘의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