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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과 해방 사이』 리뷰

by 지아해피 202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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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과 해방 사이』 리뷰 – 억압을 넘어, 말하는 여성으로

저자: 정희진 | 출판사: 교양인

“여성의 해방은 더 많이 말할 때가 아니라, 진실을 말할 수 있을 때 시작된다.”

말하는 여성, 생각하는 사회

정희진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뚜렷한 페미니스트 지식인 중 한 사람이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직설적이고, 치밀하며, 결코 ‘편안한’ 문장이 아니다. 『순종과 해방 사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은 단순한 성찰이나 위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억압 구조, 특히 젠더 권력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실천적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제목처럼 '순종'과 '해방' 사이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을 해체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글이다. 정희진은 여성의 입을 막아온 사회적 시스템을 드러내고, 이제는 그 침묵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해방은 순종하지 않을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여성의 말하기는 왜 '무례'한가

우리는 여성에게 친절함을, 상냥함을, 그리고 무엇보다 침묵을 기대한다. 여성의 ‘말하기’는 흔히 공격성으로, 감정과잉으로, 혹은 무례함으로 규정된다. 이 책에서 정희진은 묻는다. “왜 여성의 말은 과잉으로 해석되고, 남성의 말은 분석으로 인정받는가?”

이는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말하는 자, 분석하는 자, 저항하는 자의 자리를 남성에게만 허락하고 여성은 여전히 '들리는 존재'로만 머무르게 만든다. 『순종과 해방 사이』는 그런 침묵의 벽을 깨고 말하는 여성이 되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해방임을 강조한다.

억압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책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결코 극적인 장면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것은 일상 속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부터 스며든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뉴스의 단어 하나에서조차 여성은 불평등의 구조 속에 놓인다.

예를 들어, ‘여성스러움’이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것이 왜 통제와 억압의 장치가 되었는가? 정희진은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만들어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이처럼 그녀의 글은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독자가 자기 질문을 갖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힘을 가진다.

해방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해방은 단순히 순종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해방은 구조를 인식하고, 그 구조를 넘어 새로운 언어와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해방은 자기 해석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가능하다.

정희진은 ‘해방’을 외치는 많은 페미니즘 담론조차도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해방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가?” 이처럼 『순종과 해방 사이』는 해방 그 자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지식인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정희진은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던진다. “지식인은 불편해야 하며, 독자를 위로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녀의 문장은 이 책의 전반적인 태도를 대변한다. 『순종과 해방 사이』는 결코 위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독자의 생각을 흔들고, 통념을 깨며,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만든다.

그녀는 말한다. “지식인은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사람이다.” 이 책이 그러하다. 기존의 질문을 전복하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정희진의 문장, 그 불편함의 가치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단지 감동이 아니다. 오히려 불편함이다. 정희진의 문장은 직선적이고, 때로는 냉정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녀는 말한다. “여성으로 산다는 건, 세상과 끊임없이 불화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순종’을 요구받는 일상에서 벗어나 ‘말하는 여성’, ‘질문하는 독자’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순종과 해방 사이』는 단지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억압, 말의 권력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를 성찰하는 일이 된다.

  •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할 때
  • 관계 속에서의 권력과 침묵에 대해 고민할 때
  •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마무리하며

『순종과 해방 사이』는 말 그대로 ‘사이’의 책이다. 순종과 해방, 침묵과 말하기, 수용과 저항의 경계에 선 우리에게,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말할지를 묻는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정답을 주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들 속에서, 더 자유로운 나를, 더 정직한 사회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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