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마스다 미리의 조용한 용기
우리는 가끔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딘가로 떠나는 것, 일상을 벗어나는 일. 그러나 누군가에겐 여행이 두려움이고 망설임일 수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 마스다 미리의 『언젠가, 아마도』는 아주 사적인 여행 이야기이자, 혼자 떠나는 삶의 연습입니다.
혼자이기에 가능한 감정들
『언젠가, 아마도』는 마스다 미리가 일본과 해외를 오가며 짧게 머물렀던 여행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에세이툰입니다. 교토, 대만, 파리, 런던, 홍콩 등 그가 방문한 장소들은 특별히 화려하지도, 대단한 관광지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의 틈을 타 조용히 걷고, 카페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작은 골목을 산책하는 ‘그냥 그런 하루들’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그냥 그런 하루들’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고, 혼자서만 느끼고 기억하는 감정들. 혼자 있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 “이건 나만의 기억이야”라고 속삭이며 자신과 마주하는 여행의 순간들입니다.
“언젠가, 아마도 나는 다시 여기에 올까? 아니면 오늘이 마지막일까?”
마스다 미리는 이처럼 여행지를 걸으면서도 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다가올 미래와 지금 이 순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묻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여행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 풍경을 들여다보는 여정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한 여행
이 책에는 셀카도 없고, SNS 인증숏도 없습니다. 맛집 소개도, 여행지별 추천 리스트도 없습니다. 대신 아주 작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조용히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숙소에서 이상한 전기레인지가 고장 났다”, “호텔 방이 예상보다 작아 당황했다”, “생각보다 혼자 밥 먹는 게 어렵다.” 등 현실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여행 중 느꼈던 감정들, 누군가와 있으면 말할 수 없었던 솔직한 속마음들입니다.
여행은 늘 설렘과 힐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곤하고, 외롭고, 때론 낯선 곳에서 나약한 내가 드러나기도 하죠. 마스다 미리는 이걸 숨기지 않고 그림과 글로 정직하게 남깁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심으로 다가옵니다.
삶을 위한 작은 연습
『언젠가, 아마도』는 단지 여행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혼자 살아가는 것, 혼자 견디는 법, 혼자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속엔 마스다 미리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체념이 녹아 있습니다.
“같이 여행 갈 사람을 기다리다 결국 아무도 없으면, 그냥 혼자 가기로 한다.”
이 문장은 어쩌면 혼자 여행을 망설이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혼자 가는 것이 쓸쓸함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이자 용기일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나는 어설프고 소심하며, 가끔은 길을 잃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나를 감싸 안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마스다 미리가 말하는 여행이고, 삶입니다.
마스다 미리의 글과 그림이 주는 위로
그림은 단순하고, 글은 짧지만 책을 덮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습니다. 그녀의 여행기는 누군가에겐 ‘마음이 지쳤을 때 읽는 힐링 에세이’로, 누군가에겐 ‘혼자 있는 삶을 연습하는 책’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라서 보이는 것이 있다는 사실. 이 책은 조용히 그것을 일깨워 줍니다. 지금 누군가의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다면 『언젠가, 아마도』를 읽으며 조용한 여정을 함께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언젠가, 아마도』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책은, ‘여행은 곧 삶’이고 ‘삶은 곧 여행’임을 보여주는 조용한 친구입니다.
언젠가, 아마도 우리도 그녀처럼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 이 책이 당신의 곁에 있다면, 그 길이 조금 덜 낯설고 조금 더 따뜻할지도 모릅니다.
“여행이 나를 가르친 것은, 결국 내 안에 머무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