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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리뷰 – 생과 죽음을 마주한 작은 존재의 기록

by 지아해피 2025. 6. 22.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리뷰 – 생과 죽음을 마주한 작은 존재의 기록

누군가의 삶의 끝자락을 지켜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것은 감상이나 감정이 아니라, 시간의 끝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진실 같은 것이다. 남궁인 작가의 에세이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는 그 진실을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낸 책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

저자 남궁인은 응급의학과 의사다. 그는 매일 누군가의 마지막을 목도한다. 생명이 꺼지려는 찰나, 그 앞에 서 있는 사람. 그 현실 앞에서 의사는 단순히 의학적 개입을 넘어서 인간으로서 감정과 무력감을 함께 체험한다. 이 책은 그가 수많은 죽음을 지나며 느낀 감정, 사유, 회복의 기록이다.

제목처럼, 우리는 사실 "조구만 존재"다. 거대한 우주 속 한 줌도 안 되는 크기의 존재. 그러나 그런 존재조차 누군가의 전부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살아 있는 것, 함께 존재하는 것, 그리고 결국 소멸하는 것. 이 일련의 여정을 저자는 무겁지 않게, 하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다.

우울한 날에도 읽히는 이유

이 책은 슬픔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던지는 무게를 고스란히 들여다본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분위기는 따뜻하다는 것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데, 오히려 위로가 된다. 그것은 저자가 누군가의 삶을 가볍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순간을 진지하게 대하고, 각 사람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기록했기에, 독자는 오히려 위로받는다.

무기력한 날, 이유 없는 우울함이 가득 찬 날에도 이 책은 읽힌다. 거창한 해결책을 말하지 않고, ‘이런 감정, 너만 있는 거 아니야’라고 조용히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심리적으로 지친 독자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작고도 위대한가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조구만 존재지만, 누군가에게는 우주와도 같은 존재일 수 있다고. 인간이 가진 한계, 죽음 앞의 무력함, 예측 불가능한 삶의 결들을 그는 꾸밈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고 말한다.

한 편의 글에서는 오랜 투병 끝에 삶을 마감하는 노인의 이야기, 또 한 편에서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청년의 이야기가 담긴다. 그 각각의 사연이 단지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존재했음을 글을 통해 독자도 함께 느끼게 된다. 그 느낌은 책을 덮고도 오래 남는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삶은 우연히 시작되고, 때로는 갑자기 끝난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존재할 뿐이다.”
“죽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자주 무력감을 느끼지만, 그 무력함조차도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처럼 책 속 문장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말들이기에,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깊은 공명으로 다가온다.

누구에게 추천하는가

  • 감정이 무뎌진 채 하루를 보내는 이들
  • 이유 없이 슬프고, 세상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
  • 누군가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삶의 덧없음에 지쳐 있는 사람
  • 다시 삶을 존중하고 싶어진 이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작고 조용한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동시에, 그런 존재이기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준다. 무기력할수록, 나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수록 이 책은 오히려 울림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마음속에 남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 알게 된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는 조용히 침잠해 있는 내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 책이다. 생사의 경계에서 느끼는 삶의 진실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오늘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저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날, 가장 따뜻한 친구가 되어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