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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이름』 리뷰

by 지아해피 202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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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좋은 이름』 리뷰 – 슬픔을 껴안는 언어, 그리고 조용한 위로

저자: 최은영 | 출판사: 문학동네

“나는 당신이 불러주는 그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조용히 다가오는 이름, 잔잔한 위로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최은영 작가. 그녀가 처음으로 선보인 에세이 『읽기 좋은 이름』은 그녀의 작품 속 문장들이 왜 이토록 오래도록 남는지를 보여주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거창한 삶의 정의나 현란한 문장 대신, 조용한 말들로 우리를 위로한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불러보고, 기억하는 일의 의미를 곱씹는 문장들 사이에서 우리는 한층 더 섬세하게 자신과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왜 ‘읽기 좋은 이름’인가

제목부터 인상 깊다. ‘읽기 좋은 이름’이라니. 이름이란 단순한 호칭을 넘어, 누군가를 불러내는 언어이자 그 사람의 생을 담는 그릇이다. 작가는 타인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동시에 자신의 이름 역시 누군가에게 잘 읽히고 싶은 마음을 내비친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다는 것은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겠다는 약속이다. 이 책의 문장들은 그런 태도로 일관되어 있다. 섬세하고 따뜻하며, 무엇보다 존중의 마음을 품고 있다.

사적인 기억이 보편의 언어가 될 때

책에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 친구들과의 관계, 작가로서 겪는 감정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사적인 고백이 결코 개인적인 울타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녀의 기억 속에서 나의 감정을 발견한다. 같은 풍경을 본 적도 없고 같은 시간을 살지 않았지만, 그 감정은 이상하리만치 익숙하다. 그것이 바로 최은영의 글이 가진 힘이다. ‘너의 이야기지만, 나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슬픔에 무릎 꿇지 않고 쓰는 글

최은영 작가의 글에는 자주 ‘슬픔’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녀의 슬픔은 무겁거나 과장되지 않다. 오히려 일상의 틈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이다. 가만히 내려앉는 눈처럼 조용히 다가와 마음 한구석을 건드린다.

그녀는 말한다. “무너지지 않고 슬퍼하는 것이 때로는 더 용기다.” 독자는 이 문장을 통해 자신을 용서하게 되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조심스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슬픔을 피해 가지 않고, 곁에 두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문장으로 세상을 다정하게 만드는 사람

최은영의 문장은 날카롭지 않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섬세한 언어는 인간을 해석하고, 세계를 감각하며,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빚어진다. “나는 글로서만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작가의 고백은, 독자에게도 깊이 있게 다가온다.

『읽기 좋은 이름』은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관계에서 지치고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말 없는 위로를 건넨다. 무엇을 말할지 모를 때, 이 책은 어떤 대답보다 조용한 동행이 된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여전히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 “이름을 부르는 건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고, 기억하는 건 사랑하는 일이다.”
  • “무뎌지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는 것이 때로는 고단했다.”

이 문장들은 단순히 예쁜 말이 아니라, 삶에서 길어 올린 진심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천천히 읽을수록 더 깊은 위로가 된다.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싶은 사람
  • 지친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
  • 관계에서 상처받고, 회복하고 싶은 이들
  •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

『읽기 좋은 이름』은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덜 아프게 하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책을 덮고 나서

『읽기 좋은 이름』을 덮고 나면, 다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진다. 그 이름이 가진 무게와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며, 더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불러주고 싶어진다.

삶이 소란스러울수록, 우리는 조용한 글이 필요하다. 최은영 작가의 이 책은 그런 조용한 힘을 지녔다. 지금 여기, 당신의 삶을 읽기 좋게 만들어주는 이야기 한 권. 『읽기 좋은 이름』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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