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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도서 리뷰

by 지아해피 2026.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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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오래 생각하게 되는 소설

처음 『작별인사』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야기거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슬픈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제목이 워낙 담담해서 오히려 그런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인공지능과 인간, 의식과 기억,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오히려 아주 오래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나는 무엇으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질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평범한 소년인 줄 알았던 철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철이라는 소년이 있다.

철이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간다.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 있고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철이의 생활만 놓고 보면 처음에는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평범한 소년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철이의 일상이 갑자기 무너진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아버지와 떨어지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부분부터 이야기가 빠르게 흘러간다.

철이는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억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

몸이 사라져도 의식이 존재한다면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읽는 나 역시 철이를 따라 계속 질문하게 된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는 어디일까

예전에는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사람은 생각하고 느끼지만 기계는 명령받은 일을 수행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말하고 판단하고 심지어 감정처럼 보이는 반응까지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어떤 존재가 슬픔을 느낀다고 말한다면 그 슬픔은 가짜일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프로그램일 뿐일까?

그 존재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그 두려움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작별인사』를 읽다 보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특히 철이를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철이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그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은 몸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과 감정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기억이 사라진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은 ‘기억’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내가 나인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같은 사람일까?

몸이 같기 때문일까?

이름이 같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온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까?

만약 내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면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내 기억을 완벽하게 복제해서 다른 존재에게 넣는다면 그 존재는 나일까, 아니면 나와 똑같은 기억을 가진 또 다른 존재일까?

생각할수록 복잡하다.

그런데 『작별인사』는 이런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교과서처럼 설명하지 않는다.

철이의 삶을 따라가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SF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평소에는 그 사실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산다.

내일도 당연히 있을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다음 달 약속을 잡고, 몇 년 뒤를 걱정한다.

그러다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갑자기 아프게 되면 그제야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런데 만약 인간의 의식을 기계나 다른 공간으로 옮길 수 있다면 어떨까?

육체는 사라져도 나의 기억과 생각이 계속 존재한다면 그것을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렇다면 죽지 않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복제된 의식이 정말 나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생각하고 있는 ‘나’가 사라지고 내 기억을 가진 또 다른 존재가 남는 것이라면 나는 결국 죽은 것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하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바로 그런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드는 것이 『작별인사』의 매력이었다.



인간다운 것은 어쩌면 불완전함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참 불완전하다.

기억도 정확하지 않다.

같은 일을 경험한 두 사람이 전혀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

감정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고,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특별한 이유 없이 싫어하기도 한다.

효율성만 따지면 인간은 정말 이상한 존재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그것이 인간다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계산해서 행동하지 않는 것.

누군가를 위해 손해를 보기도 하는 것.

떠나간 사람을 오랫동안 그리워하는 것.

이미 바꿀 수 없는 일을 후회하는 것.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

기계의 입장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행동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다움이라는 것은 완벽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불완전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잃을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

『작별인사』라는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도 이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작별’이라는 말의 의미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누군가를 만난다.

그리고 결국 헤어진다.

친구와도 헤어지고, 가족과도 언젠가는 헤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영원히 함께할 수는 없다.

심지어 내가 사랑했던 공간이나 물건과도 언젠가는 작별한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 작별까지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것.

헤어지면 아플 것을 알면서도 관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인 것 같다.



영원히 산다면 정말 행복할까

누구나 한 번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늙지 않고 죽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모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작별인사』를 읽다 보니 영원한 삶이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 소중한 것은 아닐까?

시간이 무한하다면 오늘 해야 할 일을 굳이 오늘 할 필요가 없다.

사랑한다는 말도 내일 하면 된다.

여행도 백 년 뒤에 가면 된다.

보고 싶은 사람도 언젠가 만나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이라는 하루가 의미를 가진다.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

그래서 죽음은 두렵지만 동시에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조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F인데 이상하게 현실적인 소설

『작별인사』에는 미래 사회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같은 SF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히 지금처럼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이 영화 속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에서 인공지능과 대화한다.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만들기도 하고, 정보를 찾고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로봇이 집에 있는 세상이 정말 오지 않을까?

그때 우리는 어디까지를 기계라고 부르고 어디부터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게 될까?

『작별인사』가 던지는 질문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무겁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제목이나 주제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소설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인공지능, 의식, 존재, 죽음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니까 철학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읽으면 생각보다 잘 읽힌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도 빠른 편이다.

그래서 철학적인 질문을 품고 있으면서도 소설 자체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다만 가볍고 따뜻한 힐링소설을 기대한다면 분위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이라기보다 책을 덮은 뒤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질문이다.

내 이름?

내 얼굴?

내 몸?

내 기억?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아니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아마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과 만났던 사람들, 사랑했던 기억과 상처받았던 기억, 실패와 후회까지 모두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좋았던 기억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힘들었던 순간도 결국 나의 일부다.

잊고 싶은 기억조차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이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너무 미워할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선택과 실수까지 포함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으니까.



『작별인사』를 읽고 나서

책을 덮고 제목을 다시 바라봤다.

작별인사.

읽기 전에는 슬픈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읽고 난 뒤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작별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전에 만남이 있었다는 뜻이다.

헤어져서 슬프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잃고 슬퍼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인간이 가진 특별한 능력인지 모른다.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워한다.

후회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결국 떠나보낸다.

하지만 떠나보냈다고 해서 함께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떠나도 기억은 남는다.

어쩌면 인간은 그렇게 기억 속에서 서로를 조금씩 남기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작별인사』는 처음에는 인공지능과 미래 사회를 다룬 SF소설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와 헤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정답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질문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 좋은 소설이란 어쩌면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 하나를 마음속에 남겨주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작별인사』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매일 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람.

언제든 전화할 수 있어서 소중함을 잊었던 사람.

같이 밥을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시간.

언젠가는 이런 순간도 끝난다.

그 사실이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서 오늘이 더 소중한 것 같다.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없고 모든 사람과 끝까지 함께할 수도 없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하고, 함께할 수 있을 때 함께해야 한다.

작별은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아직 함께 있는 시간이니까.

그리고 정말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잘 보내주는 것도 사랑의 한 모습일 것이다.

『작별인사』를 읽고 나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영원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고.

그래서 요즘 삶과 죽음, 관계와 이별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특히 SF소설을 평소 많이 읽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무엇으로 나일까.

내 기억이 사라진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다면 그것도 또 다른 형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언젠가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더 건네고,

함께 밥 한 끼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 한번 더 웃는 것.

어쩌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그런 아주 평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작별인사』.

제목은 짧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삶에 대한 꽤 긴 생각을 남겨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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