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만, 괜찮지 않았다』 리뷰 – 그날의 나는, 정말 괜찮지 않았다
공저: 권여선 외 7인 |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버텨낸 날들 속에서 나를 다독이는 목소리.”
진짜 괜찮은 사람은 없다
우리는 너무 자주 ‘괜찮다’는 말을 입에 올린다. 습관처럼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아픔과 외로움, 말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이 숨어 있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았다』는 그런 ‘괜찮은 척’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은 권여선, 정세랑, 손보미, 백수린, 이금이, 이민진, 이미예, 임솔아 등 8인의 여성 작가가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풀어낸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들의 글은 삶의 크고 작은 균열 속에서 피어오른 고백들이며,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다.
8인의 작가, 8가지 고백
각자의 스타일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들은 각각 독립적이지만, 모두 하나의 큰 테마로 연결된다. 바로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은 괜찮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예를 들어, 정세랑은 이 시대 여성으로서 느끼는 부당함과 슬픔을 담담히 써 내려가며, 임솔아는 가족 안에서 겪은 내면의 균열을 드러낸다. 이미예는 촘촘한 일상 속 외로움을, 백수린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감을 이야기한다.
모든 글이 각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지만, 결국 우리가 듣는 건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와, "나도 말할 수 있을까"라는 용기를 이끌어낸다.
‘괜찮지 않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취약함’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픔을 가리려 하지 않고, 상처를 포장하려 하지 않는다. 작가들은 말한다. 괜찮지 않았던 그때의 나를 이제야 인정할 수 있다고.
특히 여성 작가들이 자신의 고통과 약함을 솔직하게 꺼낸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다. 강인하고 완벽한 존재로 요구받는 여성들이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일은, 그 자체로 용기이자 해방이다.
공감이라는 치유의 언어
『괜찮지만, 괜찮지 않았다』를 읽다 보면, 누구나 한 문장쯤 마음속에 깊이 박히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글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 때문이다.
“그날의 나는 누구에게도 괜찮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에게라도 말해주자. 정말 괜찮지 않았다고.”
이런 문장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감정을 해석해 주는 언어로 다가온다. 공감은 때로 위로보다 더 큰 치유가 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감정의 교환이자 연대의 시작점이다.
이 책을 천천히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은 빠르게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각 작가의 글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와 결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천천히 읽으며 여운을 느끼는 것이 더 좋다.
독자는 한 편을 읽고 잠시 멈춰서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눈물이 나기도 하고, 침묵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한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았다』는 그렇게 우리를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게 만드는 책이다.
추천하고 싶은 독자들
-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사람
-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해 마음이 답답한 사람
- 다른 여성들의 삶과 감정에 공감하고 싶은 사람
- 고백이 위로가 되는 책을 찾는 사람
특히 여성 독자라면, 이 책 속에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책을 덮고 나서
『괜찮지만, 괜찮지 않았다』는 단순히 감성적인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진심으로 자신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괜찮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말이 곧 회복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시작을 함께해 주는 친구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