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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 시처럼 너를, 나를,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

by 지아해피 2025. 5. 20.

어느 날이었다. 괜히 마음이 울컥하고, 세상이 너무 거칠게 느껴지던 날.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눈을 감고 싶은 순간이 자꾸 찾아오는 그런 하루. 그날 나는 이 책을 꺼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시인 나태주의 시집이었다.

사실 시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이상하게 내 마음을 끌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그 말 한 줄이 참 다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정한 시선을 오랜만에 느껴보고 싶어 책장을 열었다.

다정한 시선이 나를 살린다

책에는 시인의 대표작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렵거나 무거운 시가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감정과 풍경을 담은 짧고 간결한 시들이다.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마음,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존재 자체를 위로해 주는 시선들이 이 시집을 채운다.

가장 먼저 나를 멈추게 했던 시는 제목과 같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시였다.

너를 처음 본 순간
내가 알고 있던 꽃 이름을
모두 잊어버렸다

너는 꽃보다 아름다웠고
꽃보다 따뜻했고
꽃보다 소중했으므로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글이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누군가를 꽃처럼 본다는 것. 그것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마음. 그 시선 앞에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바라봐줬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봐줬으면. 내 이름 대신 '꽃'이라 불러주는 사람, 나의 투박함을 따뜻함으로 느껴주는 사람, 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주는 사람.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먼저 그렇게 누군가를 바라볼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시선 속에 지쳐 있다. 평가하는 눈, 기대하는 눈, 비교하는 눈. 그래서 점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이 시집은 그런 나에게 다정함의 연습을 시킨다. 누군가의 단점을 고치려 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봐주는 연습. 꽃처럼,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가 관계를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결국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알려준다.

지친 마음에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시

우리는 늘 해답을 구한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해야 덜 상처받을까? 어떻게 살아야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삶은 해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정답이 없어 더 불안하고, 그래서 더 외로운 것이 우리 삶이다.

그런 순간에 이 시집은 말한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냥 그 마음, 그대로 괜찮아.”

한 편의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시였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 말을 하고
그 말을 듣는 동안
세상은 조금
덜 아프다

세상이 덜 아프게 느껴지는 말. 그런 말을 나는 언제부터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런 말을 나는 언제부터 듣지 못했을까. 우리는 너무 무뎌졌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진심을 드러내는 데. 이 시집은 그런 감정의 막힘을 조용히 풀어주는 열쇠 같았다.

한 사람을 위해 읽는 시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책이지만, 특히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요즘 마음이 고단하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
  •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싶은 사람
  • 사랑을 잊었거나, 사랑이 그리운 사람
  •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기를 바라는 사람

특히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이 시집을 나눠 읽는 것도 좋겠다. 한 사람을 위한 문장이 이토록 많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질 테니까.

마무리하며 – 말보다 시가 먼저 마음을 알아본다

이 책은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들, 단순하지만 깊은 마음이 담긴 글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삶도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장을 덮고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나도 누군가를 꽃을 보듯 바라보는 사람이 되자.’ 평가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사랑하려고 하지 않아도 사랑이 느껴지는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그게 시인이 되는 길은 아닐지라도, 시처럼 살아가는 길일 수는 있으니까.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이 봄, 이 마음, 이 사람에게 필요한 한 권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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