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내 마음이 나에게 건넨 말: 불행하다고, 도와달라고

by 지아해피 2025. 5. 26.

내 마음이 나에게 건넨 말: 불행하다고, 도와달라고

“마음이 먼저 아프다. 몸보다 먼저, 말보다 먼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는 김민철 작가가 들려주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마음의 이야기다. 이 책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당신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당신의 마음도 살아 있는 당신의 일부"라고. 작가는 우리가 종종 외면했던 감정, 무시했던 감정의 진심을 꺼내 보여준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마음이 불행하다고 처음 말했던 순간을 마주한다. 그 말은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찾아온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감정은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김민철은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을 맞추고, 들여다보며 기록한다. 감정이란 외면할수록 거세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는 말한다. "슬픔은 가만히 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2부에서는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여전히 감정이 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하지 않는다. 두려움, 외로움, 서운함, 질투 같은 감정들을 이름 붙이고, 그대로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 과정이 바로 회복의 시작이라고, 그는 말없이 보여준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마지막 3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이상 괜찮은 척하지 않기로 한 사람의 삶은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다정하다. 감정을 감추지 않고도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음을 작가는 직접 경험하고 전한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아주 작고 느리다. 하지만 그런 변화야말로 가장 깊은 회복의 증거라고 그는 말한다.

김민철의 문장은 따뜻하면서도 단단하다. 감정을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기에 더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감정은 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왜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는 걸까. 아마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며, 드러내지 않는 것이 성숙하다고 믿으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믿음을 부드럽게 무너뜨린다. 그리고 감정 앞에 솔직한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보여준다.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위로는, 누군가가 나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는 독자에게 완벽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너져도 된다고, 멈춰도 된다고 말한다. 이런 말이 얼마나 귀한 위로인지 우리는 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마음이 뒤집히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애써 괜찮은 척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그렇게 괜찮지 않아도 된다"라고. 그 말이 내 마음의 결을 따라 조용히 스며든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는 단지 에세이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감정 기록이자,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서전이다.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는 것이 얼마나 건강한 일인지,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스러움임을 이 책은 가르쳐준다. 위로는 거창하지 않다. 그저 "나는 네 마음을 이해해"라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김민철은 이 책을 통해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우리를 안아준다.

삶이란 결국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기쁨만이 아닌, 슬픔과 불안, 외로움까지 끌어안고 살아가는 법. 이 책은 그 연습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조금은 덜 외롭다. 조금은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나의 마음에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나는 괜찮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살아내고 있다.” 그 말 한마디면, 오늘 하루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