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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리뷰 –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지는 문장들

by 지아해피 2025. 6. 21.

『당신에게 말을 건다』 리뷰 – 조용히 마음을 어루만지는 문장들

저자: 김종해 | 장르: 감성 에세이 | 출판사: 열림원

말없이 건네는 한 줄, 삶을 다시 바라보다

누군가가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넨다면,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김종해 작가의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바로 그런 책입니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삶의 언저리에서 건져 올린 생각과 감정을, 차분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건넵니다.

이 책은 소란스럽지 않습니다. 거창한 철학이나 이론을 설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말을 걸 듯, 부드럽게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그 말들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게 됩니다.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수많은 ‘당신’에게 바치는 편지와도 같습니다. 아내에게, 친구에게, 자식에게, 자신에게. 김종해 작가는 특정한 대상이 아닌, 모든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닿을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이건 마치 내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들곤 합니다. “아버지는 가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그 침묵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는 한 구절에서, 우리는 자신 혹은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작가가 던지는 말들은 하나하나가 공감의 문장이 되어 마음속 깊이 스며듭니다.

노년의 독자에게 다가오는 문장들

이 책이 특히 노년기에 읽기에 좋은 이유는, 그 문장들이 조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도를 강요하는 삶 속에서 김종해의 문장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걸어갑니다.

삶의 이면을 바라보는 시선, 나이 듦을 대하는 여유, 관계 속에서 겪는 고독과 감사. 이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특히 “사는 것이란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그 대답을 기다리는 일이다”라는 말은 관계의 본질을 짚으며 우리 삶의 외로움에 대해 사려 깊게 접근합니다.

짧고 단단한, 시인의 언어

김종해 작가는 원래 시인이기에, 그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강한 힘을 지닙니다. 길게 늘어놓기보다 짧은 한 문장으로 독자의 생각을 멈추게 만듭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분다는 이유만으로 창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이런 문장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을 꺼내 보게 만듭니다. 마치 독백하듯 천천히 읽다 보면, 한참을 머물고 싶은 구절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삶에 말을 걸다 – 잊고 있던 것들과 마주하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단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말을 거는 책입니다.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고, 이별이기도 하며, 기다림과 용서, 후회이기도 합니다. 나이 들어가며 우리 삶에 자리 잡는 감정들과 아주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합니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우리는 잊고 있던 것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오래전 편지를 꺼내 보듯, 혹은 묵은 사진첩을 펼쳐보듯.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일상 속에서 건져낸 따뜻한 철학

김종해의 글은 철학적이지만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의 조각들 속에서 삶의 진리를 건져 올립니다.

“젊었을 때는 세상이 커 보였지만, 나이 들수록 내 마음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말처럼, 그는 세상과 나를 잇는 감성의 다리를 천천히 건너게 만듭니다. 독서가 끝나고 나면, 책을 덮는 순간마저도 사색이 이어집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노년기에 삶의 의미와 관계를 되짚고 싶은 분
  • 따뜻한 문장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 분
  • 시처럼 짧고 깊은 글을 좋아하는 독자
  • 자신과 조용히 대화하고 싶은 내성적인 성향의 분

마무리하며 – 우리 모두의 ‘당신’에게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온도의 말을 건넵니다. 그건 시인이 쓴 문장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 말을 대신해 줍니다. "괜찮다고", "지금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당신을 기억한다고".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야 할 위로를, 조용하고 진실된 문장으로 전합니다.

하루를 마치고, 조용한 밤. 이 책을 펼쳐 들고 한 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질지도 모릅니다. 그건 책 속의 ‘당신’이, 바로 나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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