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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by 지아해피 2025. 5. 17.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인문서입니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는 진화인류학자이며, 그의 연구는 늑대와 개, 침팬지와 보노보, 인간 아기들 간의 차이를 통해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닌, 가장 다정한 존재가 살아남았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버네사 우즈는 저자의 배우자이자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이 책을 더욱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풀어냅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인 ‘협력’, ‘공감’, ‘다정함’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 주는 깊은 통찰을 함께 살펴봅니다.

자연선택과 생존의 조건, 강함이 아닌 다정함

우리는 흔히 진화를 경쟁과 적자생존의 과정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 같은 통념에 질문을 던집니다. “정말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가?” 저자는 다양한 종을 비교 연구하면서 진화의 핵심 동력이 ‘공감’과 ‘협력’에 있음을 밝혀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개입니다.

늑대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개는, 인간과의 협력을 통해 ‘생존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인간에게 의존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늑대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지고 생존율을 높인 것입니다. 이처럼 다정함은 선택된 유전적 특성이자, 진화의 유리한 방향이라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개뿐 아니라 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다른 마룻보다 더 발달한 협력 능력, 공동체 의식, 사회적 연결망을 기반으로 생존해 왔습니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함께 행동하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입니다. 이 책은 이를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덜 폭력적이고 더 온화한 방향으로 진화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즉, 다정함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고, 진화의 결과였습니다. 공격성보다는 유연함, 고립보다는 협력, 위협보다는 공감을 택한 자들이 결국 살아남았다는 것은 이 책이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통찰입니다.

보노보, 개, 인간… 유대의 진화

책에서는 다양한 동물 사례가 등장합니다. 특히 보노보와 침팬지의 비교는 흥미롭습니다. 유전적으로 99% 이상 동일한 이 두 종은 사회 구조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침팬지는 수직적인 지배구조, 공격적 행동, 집단 간 전쟁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보노보는 모계 중심의 평등한 사회, 성을 통한 긴장 완화, 강한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한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합니다.

보노보는 공격보다 위로, 경쟁보다 돌봄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들에게 더 안정적인 집단 생활과 자원 확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는 인간 사회가 협력을 통해 성장해 온 역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 또한 사회적 동물로서, 신뢰를 바탕으로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 제도와 문명을 이룩해 왔습니다.

책은 이처럼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 사회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경쟁과 이기심만이 진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다정함’과 ‘협력’이 보다 지속 가능한 진화 방향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저자들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유아일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더 나은 사회성을 보인다”는 심리 실험 결과를 통해, 교육과 사회가 ‘다정함’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다정함은 생물학적 본능이자, 문화적으로도 증폭 가능한 자산입니다. 강인함은 단기적인 우위를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전략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태도라는 점을 책은 끝없이 설득합니다.

현대 사회를 위한 제언 – 다정함이 경쟁력을 만든다

이 책이 가장 강력한 울림을 주는 지점은, 바로 이 ‘진화의 진실’을 현대 사회에 연결시키는 부분입니다. 경쟁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개인화된 인간관계, 성과 위주의 조직 문화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강해지기를 요구받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반대로 묻습니다. “정말 강해지는 것만이 해답일까?”

저자는 조직 내에서 협업을 잘하는 구성원일수록 더 높은 성과를 내며, 감정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리더일수록 팀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들을 제시합니다. 다시 말해, ‘다정한 리더십’이 곧 ‘성과 있는 리더십’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다정함을 개인의 성격이나 약점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강점이자 경쟁력으로 설명합니다.

또한 갈등이 첨예해진 정치, 지역, 젠더 문제 등에 있어서도 저자는 ‘공감’과 ‘다름의 수용’이 유일한 대안임을 설파합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 사회의 분열을 예로 들며,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정치의 끝은 결국 모두의 실패라고 경고합니다. 그 대신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 상대의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민감함, 낯선 존재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이 책은 단지 ‘착하게 살자’는 도덕적 주장이 아닙니다. 과학적 연구와 진화론적 데이터를 통해, 다정함이야말로 인간 사회를 지탱해 온 전략임을 논증합니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고,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지금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되뇌게 됩니다.

결론 – 결국 살아남는 것은 공감하고 연결하는 존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 제목만으로도 이미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경쟁과 서열, 힘과 속도를 생존의 기준으로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을 조용히 뒤흔듭니다. 살아남는 것은 결국 더 강한 자가 아닌, 더 함께할 줄 아는 자라는 것. 이해하고, 도우며, 연결된 존재가 되어가는 것.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진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 책은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이 책은 진화의 본질을 탐구하면서도, 우리에게 따뜻한 삶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사회가 각박할수록, 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리는 다시 ‘다정함’을 말해야 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결심하게 됩니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부드럽게, 그리고 조금 더 함께 살아가기로. 다정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이 책의 주장은, 과학 이전에 결국 인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