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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꿍한날

by 지아해피 2026.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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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쉬는 날.

사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어디 멀리 놀러 가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친구를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늦잠도 조금 자고 싶었고,
밀린 집안일도 천천히 하고 싶었고,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TV도 보고 싶었다.

평소에는 하루 종일 ⁸ 일을 하다 보니
나에게 ‘쉬는 날’이라는 건 뭔가 대단한 걸 하는 날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그게 내가 기다리는 휴일이다.

그런데 어제는 시어머니 병원에 모시고 다녀와야 했다.

병원에 가는 일이 어디 마음먹은 시간대로 움직여지나.
준비하고, 모시러 가고, 병원까지 가고, 접수하고, 기다리고, 진료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내가 기다렸던 휴일이 거의 지나가 있었다.

물론 안다.

연세 드신 부모님이 병원에 가셔야 하는데
자식이 모시고 가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아무 말도 못 한다.

아프신 분을 두고
“나는 쉬고 싶은데 왜 병원에 가야 하지?”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 한쪽이 꿍하다.

그게 참 이상하다.

몸이 힘든 것보다 내 휴일이 사라졌다는 게 서운한 것 같다.

일주일에 하루.

나는 그 하루를 기다리면서 나머지 6일을 버티는 편이다.

‘이번엔 좀 쉬어야지.’

힘들 때마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쉬는날이 왔는데
내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로 하루가 채워져 버리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병원에 다녀온 뒤 집에 돌아왔는데
‘그래도 오늘 쉬는 날이니까 남은 시간이라도 쉬자’는 생각보다

‘아, 내 휴일 다 갔네.’

그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하루 종일 남았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말하기도 애매하다.

시어머니가 일부러 아프신 것도 아니고,
병원에 가고 싶어서 가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더 미안하면서도 서운하다.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좋은 며느리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좀 쉬고 싶다.’

이 마음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면
내가 못된 사람인가 싶었다.

부모님 병원 한 번 모시고 다녀온 걸 가지고
왜 이렇게 속이 좁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시어머니가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병원에 모시고 가기 싫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나도 피곤했던 거다.

누군가의 며느리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이기 전에
나도 쉬어야 하는 사람인데,

내가 기다렸던 하루가 사라져서 아쉬웠던 거다.

그 정도 마음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들이 참 많다.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고,
아이들에게 일이 생기면 부모가 나서야 하고,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또 내가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정작 내 순서는 항상 마지막이다.

“나는 다음에 쉬지 뭐.”

“다음 주에 하면 되지.”

“이것만 끝나면 쉬어야지.”

그런데 살다 보니
그 ‘다음’이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는다.

이번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누군가를 챙기고 나면 또 챙길 일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참 귀하다.

어디를 가지 않아도 좋고
맛있는 걸 먹지 않아도 좋다.

그냥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하루.

졸리면 자고,
TV 보고 싶으면 보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멍하니 앉아 있어도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하루.

나는 그런 하루가 필요했던 것 같다.

어제 병원에 다녀온 게 싫었던 게 아니라
내게 그런 하루가 필요했는데 갖지 못해서 서운했던 거다.

생각을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속에 꿍하게 남아 있던 게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을 챙겨야 할 일은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아이들 걱정이 끝나면 부모님 걱정이 생기고,
부모님 걱정을 하다 보면 내 몸도 하나둘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러니 이제는
남는 시간에 쉬는 게 아니라
내가 쉴 시간도 일부러 챙겨야 하는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어제 못 쉰 하루가 아깝다.

솔직히 아직도 조금 꿍하다.

그렇다고 누구를 미워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오늘만큼은
‘며느리니까 당연하지’라고 내 마음을 눌러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쉬고 싶었다.
그래서 서운했다.

그 마음까지 잘못된 건 아니니까.

이번 주에는 하루를 통째로 쉬지는 못하더라도
한두 시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누구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 보고,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휴식은
거창한 여행보다 그런 작은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어제의 휴일은 지나가 버렸지만
내 마음까지 계속 일하게 두지는 말아야겠다.

오늘은 조금 덜 미안해하면서
나도 나를 챙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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